[세미나] 축제와 문화적 정체성

를 통해 표출되는 문화적 양상이 그 문화의 한 ‘특수한’ 모습이라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다시 말해 축제를 통하여 반영되는 (일상의) 문화는 그 특정한 한 부분이 과장되거나, 은유, 상징, 풍자의 형식을 통해, 반쯤 가려진 상태로, 또는 완전히 전도된 모습으로 표출된다. 따라서 축제를 ‘현실의 반영’이란 관점에서 분석해온 이제까지의 많은 연구들은 바로 이러한, 축제의 ‘특수한’ 형식과 내용들을 밝혀내고자 노력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축제가 다른 문화적 표현양식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이러한 “소망과 기원”이 흔히 “삶과 현실”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이를 구성하는 (문화적) 틀에 대한 잠정적 파괴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장 뒤비뇨 Jean Duvignaud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가혹하게 파괴적인 긴장을 축제에서 재발견”5)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축제에서 “문화요소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6)하고 “기호나 규칙을 파괴”7)하는 요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문화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획득된 태도나 관습들을 포함하는 사회적 전통들의 총체”로 이해하고자 했을 때, 축제는 바로 그러한 “전통들의 총체”를 적극적으로 파괴함으로써 “탈문화의 세계”8), 즉 “비사회적인 사실이나 표현 또는 이단적인 행위, 즉 집단적이며 삶에서 출발하기는 하지만 ‘문화’에 융합되거나 포함되지 않는 것”9)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뒤비뇨는 이와 같이 축제의 본질을 문화 또는 문명과 대척되는 지점에서 찾고자 함으로써, 축제가 벌어지는 시공간은 흔히 “문명들이 변화하는 순간” 또는 “두 문명 사이에 균열이 생길 때”10)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러한 순간을 우리는 한 문화가 붕궤되거나 극심한 변화를 겪을 때, 즉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횔덜린 Johann Christian Friedrich H?lderlin과 윙어 Ernst J?nger는 혁명 또는 전쟁을 ‘축제’로 이해하고자 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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